TV 프로그램 중에 동물농장이라는 프로가 있다. 외국 TV에서도 "위험한 구출("Dangerous
Resque")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위험에 닥친 동물을 구조하려는
것인데 구조에 협조하는 동물은 보지 못했다. 도망가려고 기를 쓰고 심지어는 구출대원을 공격하기도 한다.
자신을 위한 일인데도 이해를 하지 못하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인간도 그렇게 다르지
않다. 소크라테스가 "유일한 악은 무지이다"
(The only evil is ignorance)라는 말을 했고 아인슈타인도 "너 자신의 무지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했다. 소크라테스가 살던 2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은 무지에 관한한 개선되지 않았다.
찬란한 과학문명의 발전에 비하면 생각하는 방식은 진화하지 않았다. 과학의 발전에
상관 없이 무지와의 싸움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지구를 떠나 우주로 날아가서 살 정도로 과학이
발전하겠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생각이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지가 좋은 점은 현명한 자는 무지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이론적이나 추상적으로 좋은 이유를 말하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왜 분석이 중요할 까 하는 얘기를 세속적으로 돈과 관련해서 해 보려고 한다. 가치를 돈과
연결하는 것이 세속적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속성상 설득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한다. 사실 필자가 국내에서
가치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세속적인 차이점을 부각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분석을 이해하기도 전에 먼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왜 해야하는 지에 대해 동기를 부여해 보도록 한다.
소프트웨어의 모든 용어는 건축에서 시작되었다. 설계라는 말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분야가 건축이다.
건물을 건축하려면 두 단계가 있다. 설계와 시공이다. 그런데 건축과 소프트웨어와는 용어가 약간 다르다. 건축은 두 단계가 있지만 소프트웨어에서 말하는
설계는 시공 쪽에 가깝다. 즉 소프트웨어에서는 분석, 설계,
구현의 3 단계가 있다. 소프트웨어의 분석은 건축에서의 설계와 같고 설계와 구현을 합쳐서
건축에서의 시공과 비슷하다. 이 점이
이상스럽게 생각될지 모르지만 2단계와 3단계를 매핑하려니 그렇게 보는
것이 가장 가깝다. 나중에 그 이유를 잘 알 게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에서
규모에 따라 비효율성을 피하기 위해 한 단계를 없애고 두 단계로 축소한다면 "분석"과 "구현" 이다. 지금은 추상적인 단계이니 현실적으로 분석이 왜 중요한가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세속적으로 돌아와서
건축에서 설계를 담당하는 설계가와 시공하는 인부중 누가 더 임금을 많이 받겠는가? 나의 가치를 올리자면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기술을 가져야지만 임금을 많이 줄 것이다. 이것은 세상의 진리이다. 차별화된 가치가 없으면 누구도 돈을 많이 주지 않는다.
차별화된 가치를 가지고 있으면 누군가가 그 가치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할 것이다. 반대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보면 너무 당연하다. 손자병법에서도 나를 알고 적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근거 없이 주장할 것이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이 인정하는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면 저절로 올라간다.
공사장의 인부가 30년 경험이
있으니까 임금을 많이 달라고 해야 한계가 있다. 노동 산업이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절정에 있고 숙련된 기술이
있을 때 가장 가치가 높다. 아마 30대가 전성기일 가능성이 많다.
바로 소프트웨어에서 코딩이 그렇다. 물론 코딩도 수준이 있다. 하지만 그건 숙련도이다. 구글에서 나이 많은 나이 많은 50,60대의 개발자가 밤도 못 세우는데 왜 임금을 많이 받으면서 일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바로 건축에서의 설계이다. 설계시에는 시공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시공은 나중에 누가 하든 할 사람이 많다. 새벽시장의 인부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새벽시장의 인부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새벽 인부시장에서 구출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도 절대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인부들에게 설계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해야 현실적이 아니다. 오랜시간이 걸리고 지금와서 공부를 시작할 수도 없고 너무 어렵다.
그렇게 때문에 조금이라도 일찍 인부가 아닌 설계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옷을
만들 때도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하고 수공작업은 중국과 같이 값싼 인부를 사용한다. 소프트웨어라고 다르다고
생각하면 거대한 착각이며 스스로의 가치를 결정짓는 데 엄청난 잘못을 하게 된다. 일단은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나
옷 만드는 것이나 다 같다라는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다른 점은 나중에 발견하도록 한다.
여기서 요새 유행하는 애자일 방법론으로 시공을 미화하고 합리화하지
않기 바란다. 애자일을 잘못 해석하여 영원히 인부의 길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불행한 경우를 많이 보았다.
모짜르트는 곡을 쓸 때 머리로 작곡하고 실제 종이에 적는 것은 순식간에 했다. 생각없이
처음부터 종이에 적어야 좋은 곡이 나올 수 없다. 다른 산업에서의 설계는 소프트웨어에서의 분석단계와 같으니
여기서부터는 분석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다른 산업에서의 설계를 연상하면 된다.
분석해서 나온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 줄수 있어야 한다.
모든 지식산업에서는 머리로 생각을 해야 하고 생각의 결과가 기록되는 문서가 있어야 한다. 생각만 하고 문서를 적지 않고 공사를 해야 한다면 생각의 가치가 없이 또 인부로 전락하고 많다. 역시 임금을 많이 받을 수 없다. 보여줄 수 없으면 사기꾼이나 다름 없다. 모짜르트가 생각만 하고 악보를 적지 않았자면 무슨 가치가 있는가?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의 가치를 높이고 임금을 많이 받으려면 그에 해당하는
기술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코딩은 아니다. 그렇다면 분석이다.
현실에서는 분석의 결과가 너무 다양한 상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운이 좋아 분석의 결과물을 본 적이 있다고 해도 별 것 아닌
것 같이 보이기도 하고 언제든지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착각이다. 손자병법이 A4 용지에 가득 적으면 두 장 밖에 안되는 6천여자에 불과 하지만 어떻게 응용하는 가에 따라 손자병법이
될 수도 있고 그냥 평범한 글자의 집합이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후자가 될 것이다.
추상적인 것에서 원칙을 지키면서 현실에서 응용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천재라면 혼자서
그 원리를 파악할 수도 있지만 배우는 것이 효율적이다. 춘추전국시대 때 6천자에 불과한 손자병법만을 보고 손자를 오나라의 대장군에 임명한 오나라 왕 합려도 대단한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 후에 모든 사람이 손자 병법을 읽었지만 읽은 장군이나 안
읽은 장군이나 적군인 초나라는 3배나 많은 군사를 가지고도 모든 전쟁에서 다 패했다. 손자가 병졸들 같이 칼을 잘 쓴 것은 아니다. 병졸보다 칼 싸움은 못하지만 대장군으로서 인정받아
부귀와 영화를 누리면서 살았다. 병졸들이 칼 싸움을 아무리 잘한다고 한들 한계가 있다. 숙련된 인부도 인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내가 개발자로서 차별화 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수 많은 인부 중의 한 사람으로 살겠다면 그건 너무 쉽다. 옆에 있는 수 많은 개발자들이 하는 것과 똑같이 하면 된다. 그러면 모든 개발자는 똑 같은
대우를 받을 것이다. 자신은 머리가 좋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인부세계에서 조금 기술이 더 좋다고 해서 숙련공으로
인정받을 뿐이지 10배, 100배의 가치가 생기지는 않는다.
그 사람이 없더라도 더 싼 숙련공을 여러명 투입해도 된다. 손자는 여러 명의 병졸로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어렵지 않으면 차별화 하기 어려운 인부에 불과하다. 보기에 쉬워 보인다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이고
차별화 할 수 있는 가치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일단 어려워야 한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왜 그런 식으로 시작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 모든 사람이 쉽게 설득되어서 시작하게 된다면 또 가치가 작아진다. 오나라와 합려와 손자를 추천한 오자서 두 사람만이 손자병법을 이해했다. 그 후에도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손자를 시기하고 방해했다.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 해서 돈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세 단계가 어려워야
한다. 먼저 왜 해야하는 지를 이해하기가 어려워야 하고,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원칙을 잘 이해해야 하고, 그랬다고 해도 실전에 응용하기가 어려워야 한다. 그래야만 최고의 가치가 있는 것이고 쉽게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론적인 방법론에 불과하거나 착각일 뿐이다. 실리콘밸리는 회사에서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기술을 쌓아간다. 그러면서 오랜 경험과 함께 어렵게 습득한 가치로 인해 실리콘밸리의 백발이 성성한 개발자들이 많은 임금을 받으면서 회사에서 중요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으며 절대 감원시키지 않은 안전한 직업으로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종으로 꼽히는 것이다. 코딩만 열심히 해서는 차별화가 불가능하고 그런 대접을 절대 받을 수 없다. 무엇인가로 차별화를
해야 하는데 그것은 분석 밖에 없다. 분석을 잘하기 위해 첫 단계가 먼저 설계를 잘하는 것이라는 개념만 알려주고
나중에 현실에서 벌어지는 분석과 설계의 미묘하고 애매모호한 경계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