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0일 목요일

소프트웨어 진흥법 개정에 대한 의견


임마뉴엘 칸트는 역사상 위대한 5명의 철학자 중의 한 명이라고 한다. 칸트는 300년 전인 1724년에 태어나 80년을 살았다. 여기서 칸트의 철학을 논하자는 것은 전혀 아니다. 학자들의 부조리를 얘기하려고 한다. 철학과 관련된 사람들에는 철학을 하는 사람(“철학자”)과 철학을 연구하는 사람(“철학연구자”)의 두 종류가 있다. 진정한 철학자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칸트의 철학을 좋아한다면 칸트가 말한 대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석가모니를 존경한다면 석가모니가 말한 삶을 따라 하는 것이다. 

칸트를 연구한답시고 전세계의 학자들이 몇백년 동안 논문을 발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도서관에만 해도 지난 5년간 칸트에 관한 200여 개의 저널이 있다. 칸트가 죽은 지가 200년이 넘는데 칸트가 한 말에 대해 연구를 계속하며 돈 벌이하는 것을 보면 칸트가 무덤에서 뛰어나올 만한 일이다. 칸트의 철학을 좋아한다면 칸트가 말한 대로 따라 하면 된다. “칸트연구자”들은 돈을 벌기 위한 도구로 칸트를 잘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은 그런 학자와 그 주위에 있는 집단이다. 진정한 철학자 중에는 그런 철학연구자 혹은 폴리페서를 경멸하는 사람들이 많다. 즉 폴리페서는 철학을 하는 것이 아니고 철학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데 특화된 아주 영악한 사람들이다. 300년이 지난 칸트를 뼈까지 우려내면서 고상한 지식인 척 하는 것을 보면 존경심이 생기지 않는다. 

이번에 개정되었다는 SW진흥법을 보면 SW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SW를 연구하는 사람(SW연구자)들이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탁상공론에 가깝고 악법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와중에 혜택을 입는 이익집단은 당연히 존재하고 새 법에 따라 새로운 일이 창출되는 관련업자들이다. 항상 그렇지만 법은 만드는 사람들의 이익이 반영되는 것이 진리이다. 

지금 SW를 잘해보겠다면 실제 SW하는 사람들이 실리콘밸리를 그럭저럭 흉내 내서 따라 해 보면 된다.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진정한 스승이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최선의 길이다. 그러다 보면 잠시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 결국은 제 길로 찾아오게 된다. 물론 스승이 있으면 시간이 절약되는 것이고 아니면 오래 걸릴 것이다. 이런 자연진화에 악법이 참견하게 되면 자연적인 진화능력을 빙해하기 때문에 SW발전에 해가 된다. 참견하지 않는 자연진화가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길이다. 국내 SW의 지난 20년 과거와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변한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변한 것이 없고, 앞으로 변할 수도 없어 보인다. 규정 몇 개 생겼다고 변하는 상황이 아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지금과 같은 정책을 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 와중에 대표적인 이익 집단이 SW공학을 한다는 집단이다. 대학교수가 SW공학을 가르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상충되는 개념이다. SW공학을 하는 것이 아니라 SW공학연구자들이다. 즉 기본적으로 학교는 SW공학을 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 SW 공학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대학은 카네기멜론 인데 한두 군데 대학에서 굳이 그런 연구를 하겠다면 인정해 줄 수 있다. 그나마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결국 글로벌 SW기업의 관행을 정리해 놓은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만병통치약처럼 문제만 있으면 껴드는 것이 SW공학인데 망상에 불과하다. 현실에서는 수 많은 칸트연구자처럼 국내의 과잉 상태인 SW공학연구자도 앞으로 몇십년은 잘 살아남을 것이다.

SW공학은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하는 것이다. 사실 지금 필자가 여기서 말하는 “연구자” 와 “실행”과 같은 내용은 현실감 있게 이해하기도 어렵고 이미 깨달은 사람만 공감할 수 있는 공허한 외침이고 소 귀에 경읽기 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국내에서 소수의 선각자들은 공감해 왔고 이 글 역시 그런 소수와 공감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다.

SW기술자를 존중하자는 조항도 눈에 보인다. 그 동안의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법을 잘 개정하면 SW기술자를 공정하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가정일 텐데 그런 불멸의 집착은 놀랍기만 하다.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무지는 경멸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것은 법으로 구별할 필요도 없다. 산업계에서 다 알아서 한다. 착한 사람 등급을 매겨서 우대를 하자는 것과 비슷한 오류이다. 그래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직종 중에 SW분석가가 있는 것이다. SW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개념에 차이가 있다. 

또 수십년 간 문제가 되어 온 불공정한 SW사업계약관행에 대한 조항도 보이는데 아직까지도 그 근본 원인을 모른다는 것도 경이롭다. 또 땜방 처방이다. 필자가 이 블로그에서만 해도 수십번은 얘기한 주제라서 더 이상 얘기할 필요는 없다.

나머지 상식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조항도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차라리 매년 발간되는 가트너의 “Gartner Top Strategic Technology Trend 2021”를 읽는 것이 훨씬 더 유용하다. 베낀 것을 보느니 원본을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것처럼 보이는 규정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SW산업의 자연스런 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 혜택을 얻는 이익집단이 눈에 선명하게 보인다. 그들이 악의를 가지고 하는 일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철학자 니체는 착한 사람들을 극히 경멸해 왔는데 그 의미는 착한 사람들은 이익집단에게 순진하게 이용당하는 것을 경멸해 왔다. 즉 사기 치는 사람보다 사기 당하는 사람들을 더 경멸했다. 소크라테스와 석가모니가 말하는 “무지가 악의 근원”이라는 것과 거기에 니체가 경멸하는 “착함” 또는 “순진함” 까지 갖추면 부정적인 상승작용을 일으켜 한국 SW의 미래가 어둡기만 하다. 

인류의 현자들이 지적해온 “선의를 가진 무지한 자들의 집념”이 가장 나쁜 악에 도달한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도토리들의 경쟁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자아도취의 역량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기는 어렵다. 지금은 쓸데 없이 건드리지 않고 자연 진화하도록 두는 것이 결국은 SW업계가 더 빨리 발전하는 길이다. 

내 인생에서 35년 동안 SW 세상의 많은 것을 경험하고 나니 이제는 소프트웨어 소꿉놀이에 미련이 없어졌다.
앞으로는 인생에서 더 소중한 다른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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